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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케이크

몹시 싱싱한 시금치를 한 봉지 선물 받았다. 열어보니 활짝 핀 꽃처럼 단단하게 펼쳐진 섬초가 한가득이다.아이 손가락 두께만 한 분홍빛 뿌리 끝이 보랏빛을 띤다.달큼한 향을 풍기는 섬초를 보니 무엇을 해 먹어야 할지 머릿속이 바빠진다.이렇게 실한 뿌리가 길게 잘라진 섬초는,뿌리를 칼등으로 살살 긁어, 된장을 말갛게 푼 바지락 시금칫국을 끓이면 최고다.표고버섯과 무를 얇게 썰어 한 솥 끓여두면 가족들 모두 반찬 없이 한 그릇 뚝딱 해준다.찬바람이 부는 날 이만한 국이 없다.국 끓일 양을 남기고 커다란 냄비를 꺼내 소금을 넣어 물을 끓였다.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짜낸 시금치에 국간장, 맛소금,참기름 두어 바퀴 두른 뒤 막 갈아낸 깨를 잔뜩 뿌려,털어내듯 섞으며 김밥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시금치나물을 산더미 무쳤..

생활의 기록 2025.06.15

자격지심이 생기는 이유 : 융 심리학으로 보는 그림자와 콤플렉스의 정체

나도 모르게 누군가 앞에서 위축되거나,말 한마디에 지나치게 예민해질 때가 있다.그럴 때 우린 흔히 '자격지심 때문인가?' 하고 생각한다.하지만 이런 감정이 반복된다면,그건 단순한 자격지심이 아닌 더 깊은 심리작용일지도 모른다.이 글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자격지심'이라는 감정의 정체를 시작으로,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와 ‘콤플렉스’의 연결고리를 따라가 본다.감정이 왜 그렇게까지 휘몰아치는지, 그 이유와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보자.목차1. 그림자(shadow)란 무엇인가?2. 콤플렉스란 무엇인가?3. 감정이 심하게 휘몰아칠 땐 콤플렉스의 신호4. 그림자와 콤플렉스의 차이5. 자격지심은 심리학 용어인가?6. 자격지심, 그림자의 감정 반응이다.7. 콤플렉스는 자격지심보다 훨씬 깊고 통제..

[글로 지은 집] 독서 후기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2023년, 이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신문에선가 봤다.이십대 초중반엔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기다리고대형 서점에 가서 책을 사서 오는 시간들을 좋아했는데,어느 순간부터 집에 쌓이는 책들이 부담스러워졌다.첫 아이를 낳기 전 한 방 가득인 책을 모두 정리하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기 시작했다.그 이후로 책을 구입하는 것에 상당히 신중해졌다.'가끔씩 꺼내서 펼쳐 볼 책인가...?'이 책은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내 친구에게도 주고 싶어 2권을 샀다.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선물할 정도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1958년 서울대 대학 동기 동창인 이어령선생님과 결혼하신 강인숙선생님의 책이다.단칸방 신혼집에서 각자의 서재가 있는 집에 이르기까지,때로는 북적이고 때로는 쓸쓸했던 구십 동갑내기의 64년 부부 일..

독서 기록 2025.06.12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2) -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정체와 회복의 조건

“다른 사람과 있을 땐 괜찮은데,유독 그 사람 앞에선 감정이 폭발해요.”왜 우리는 어떤 감정에선 벗어날 수 없는 걸까?이 감정은 내 탓일까, 아니면 나를 둘러싼 관계의 구조 때문일까.융 심리학은 이 감정의 뒤에는 반드시 무의식의 콤플렉스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이 글에서는 감정이 폭발하는 구체적인 상황에서왜 그 감정을 이겨내기 힘든지,그리고 어떻게 해야 나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지를 짚어본다.2025.06.09 - [심리학 공부/칼 구스타프 융] -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1) - 융 심리학으로 보는 감정과 기분의 비밀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1) - 융 심리학으로 보는 감정과 기분의 비밀이유 없이 울컥했던 적이 있다.별일 없는데도 마음이 뿌옇고,어떤 말 한마디에 내가 너무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1) - 융 심리학으로 보는 감정과 기분의 비밀

이유 없이 울컥했던 적이 있다.별일 없는데도 마음이 뿌옇고,어떤 말 한마디에 내가 너무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감정은 설명되지 않을 때 더 강렬해진다.그리고 그 감정의 배경에는 늘 ‘말 걸지 못한 무의식’이 있다.이 글에서는 융의 관점을 빌려감정과 기분이 어떻게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는지,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왜 우리를 치유하는 시작이 되는지를 함께 살펴본다.목차1.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 융 심리학으로 보는 감정의 본질2. 감정은 무의식에서 먼저 반응한다3. 감정은 무의식의 작용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4. 감정은 콤플렉스를 통해 튀어나온다5. 억눌린 감정이 만드는 콤플렉스의 씨앗6. 기분은 감정의 흐름이다7. 기분은 감정의 그림자일까? – 무의식적 기류8. 감정과 기분,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산문 독서 후기 : '나'답게 살기 위한 작은 노력들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장기하님의 노래를 찾아 듣는 것 같다.한참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아 역시... 기가 막히는구만."그 특유의 박자감에 맞춰 고개도 까딱거리며 발도 흔들며 듣는다.가사를 곱씹으면서는"하.. 이런 표현...!"손바닥으로 이마를 집는 제스쳐가 따라 와야 할 것 같은 감탄사가 나온다.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 오래 전 배두나님과 영화를 함께 찍었고,그 영화가 개봉한다며 요정재형에 출연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장기하님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없었는데,노래도 음원으로만 들었지 부르는 영상도 본 적이 없었는데,책을 냈다는 말에 이 분의 평소 생각이 몹시 궁금해졌다."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이런 작업물이 나오는 사람은 어떤 생활을 할까?"토요일 느지막이 아점을 먹고 쇼파에서 유튜브를 보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

독서 기록 2025.06.07

우리는 왜 가면을 쓰고 살까? : 융심리학 페르소나의 위험한 그림자

나도 모르게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면서언제부턴가 진짜 내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된 나.억눌린 성향이 내가 사회에서 쓰는 얼굴인 '페르소나'라는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내가 아닌 것 같은 나.그런데 남들이 보기엔 '내 이미지'로 굳어져버린 모습. 그것은 어쩌면 내가 억누른 성향이 사회적 가면으로 표현된 것인지도 모른다.융은 이것을 ‘페르소나와 자아의 동일시’라고 말했다.이 글은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를 진지하게 묻고 싶은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목차1. 페르소나란?2. 페르소나는 왜 만들어졌는가?3. 페르소나는 ‘가면’일 뿐이다4. 자아(ego)와 페르소나를 동일시할 때 생기는 문제5. 동일시 하게 되는 계기와 메커니즘6. 페르소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7. 왜 우리는 가면을 벗..

[마흔에 관하여] 독서 후기 정여울 산문 : 비로소 가능한 그 모든 시작들

마흔, 불혹의 책제목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막연하게 서른을 바라보며, 끝나가는 이십대를 붙잡고 싶었던 때와는 달리지금은 출산을 빼곤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은,아쉬움이 가득한 삼십대였지만 그래도 그 끝을 잘 마무리하고 싶고,다가오는 마흔엔 나를 채우며 살아보고 싶은 희망이 생긴다.불혹(不惑): 미혹되지 않음, 의심하거나 흔들리지 않음. 공자가 40세가 되어 더 이상 사물의 이치나 가치관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게 되었다는 뜻. 불혹...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몰랐던 나이가 막상 다가오니새삼 그 뜻이 가슴에 콕 박힌다."미혹되지 않고 싶다." "의심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싶다.""자아의 중심을 잘 지키고 싶다."공자처럼 확실한 끝맺음이 아닌지금의 나의 마음은 희망을 담은 종결어미지만사십을 마무리 할..

독서 기록 2025.06.05

무의식, 나도 모르게 나를 이끄는 힘 : 융의 시선으로 본 정신의 이면

“나는 왜 이런 꿈을 꿨을까?”잊고 살았던 사람, 내가 아닌 것 같은 내 모습, 설명할 수 없는 감정.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의 꿈에 마음이 오래 머문 적이 있었다.무의식은 늘 조용하지만,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이번 무의식 포스팅에서는 정리와 함께 공부한 책의 글을 함께 첨부한다.딱딱하고 길지만, 무의식을 깊숙히 이해하기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모르는 마음의 존재와 작용은 일찍이 동서의 사상사와 문예사에서 발견되었고 불교의 유식사상처럼 체계적인 고찰의 대상이 되기도 도 했으나 그것을 자연과학의 대상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크문트 프로이트였다. 프로이트에 이르러 '무의식'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의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임상사례를 통해 증명된 것이다.프로이트는 무의식은 사람이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독서 후기 : 뇌과학자가 말하는 예민한 사람의 행복 실천법

몇 주전 [유별난 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겁니다] 라는 책을 빌려봤다.(추후 포스팅 예정)이 책을 읽으며 '민감함'이라는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일레인 N 아론 심리학자에 대해 알아보면서민감, 예민함의 여러 책들을 빌려와 읽고 있다.[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책은 정말 후르르륵 읽히는 책으로 '혹시 내가 예민한가?''타인보다 민감한 편인가?'고민을 하고 의문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쉽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저자는 1935년생 다카다 아키카즈이다.혈액학, 생리학, 대뇌생리학 전문으로 현재는 명예교수이다.각 챕터마다 저자의 경험담이 녹아 있고, 전문용어가 나와도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읽는 독자가 받아들이기 쉽게 쓰여져 있다.담백하게 쑨 죽을 한 술 떠 호호 불어 입 앞에 가져다 준 느낌이랄까.마..

독서 기록 20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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