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기록 2

김밥케이크

몹시 싱싱한 시금치를 한 봉지 선물 받았다. 열어보니 활짝 핀 꽃처럼 단단하게 펼쳐진 섬초가 한가득이다.아이 손가락 두께만 한 분홍빛 뿌리 끝이 보랏빛을 띤다.달큼한 향을 풍기는 섬초를 보니 무엇을 해 먹어야 할지 머릿속이 바빠진다.이렇게 실한 뿌리가 길게 잘라진 섬초는,뿌리를 칼등으로 살살 긁어, 된장을 말갛게 푼 바지락 시금칫국을 끓이면 최고다.표고버섯과 무를 얇게 썰어 한 솥 끓여두면 가족들 모두 반찬 없이 한 그릇 뚝딱 해준다.찬바람이 부는 날 이만한 국이 없다.국 끓일 양을 남기고 커다란 냄비를 꺼내 소금을 넣어 물을 끓였다.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짜낸 시금치에 국간장, 맛소금,참기름 두어 바퀴 두른 뒤 막 갈아낸 깨를 잔뜩 뿌려,털어내듯 섞으며 김밥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시금치나물을 산더미 무쳤..

생활의 기록 2025.06.15

시 같은 사람

이과생이었던 나는 정확한 답이 있는 수학을 좋아했다. 보통 흥미는 내가 얻는 실력에 비례해 올라갔지만, 수학은 예외였다. 쏟은 애정만큼 실력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혼자 하는 짝사랑처럼 잘하고 싶고 욕심나는 과목이었다. 일목요연한 수학의 명쾌한 풀이를 보고 있으면 그 매력에 홀려 감탄을 했다. 정확한 답과 오차 없는 풀이 과정, 나의 답이 틀렸음에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는 단호함, 그 단단함이 무척 좋았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모순적으로 시조 또한 참 좋아했다. 수능에 자주 나오는 한국 단편문학도.문장과 문장 사이 그 좁은 틈에 빼곡하게 작은 글씨로 선생님의 풀이를 적어 넣는 그 시간을 좋아했다. 단어에 여러 감정을 꽁꽁 숨겨두고 함축적이니, 반어법이니, 이중적 의미니 하는 눈치껏 분위기로 이해해야 할..

생활의 기록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