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산문 독서 후기 : '나'답게 살기 위한 작은 노력들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장기하님의 노래를 찾아 듣는 것 같다.
한참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아 역시... 기가 막히는구만."
그 특유의 박자감에 맞춰 고개도 까딱거리며 발도 흔들며 듣는다.
가사를 곱씹으면서는
"하.. 이런 표현...!"
손바닥으로 이마를 집는 제스쳐가 따라 와야 할 것 같은 감탄사가 나온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 오래 전 배두나님과 영화를 함께 찍었고,
그 영화가 개봉한다며 요정재형에 출연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장기하님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없었는데,
노래도 음원으로만 들었지 부르는 영상도 본 적이 없었는데,
책을 냈다는 말에 이 분의 평소 생각이 몹시 궁금해졌다.

표지와 속표지의 색감에도 그 사람이 묻어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이런 작업물이 나오는 사람은 어떤 생활을 할까?"

토요일 느지막이 아점을 먹고 쇼파에서 유튜브를 보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아.. 이런 사람이구나."
일면식도 없지만 그 사람을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평소 내가 갖고 있던 사고와 비슷한 부분에선 괜한 친근감을 느끼기도 했다.

문체로 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글이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

"맛과 낭만을 만끽하며 한두 잔만 딱 마시고 집에 가서 평온하게 잠드는 교양 있는 애주가들도 있을 것이다." _32p

"다만 나는 나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무언가를 취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 그것은 돈을 아끼고 말고와도 좀 다른 문제다. 인생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데서 오는 쾌감이다." _79p

"청결과 정리정돈을 매우 중요시하는 이들 중 일부는 주변이 더럽거나 어지럽혀 있으면 화를 낸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비난한다. 우리 어머니는 그러시는 법이 없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묵묵히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실 뿐이다. "네 방은 오늘도 설치미술이로구나"라고 말씀하셨을 때도 나를 비난하거나 꾸지람하는 투로 그러신 것은 전혀 아니었다." _84p

"사람의 성향이란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한 사람이 가진 불변하는 본질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본질은 누구 옆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드러 날 수 있다." _87p

"그렇게 하루하루의 질문과 답이 쌓인 결과로 음악을 만들게 되면 그것을 세상에 내놓는다." _117p

"내 곁에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그 어떤 외로움도 느끼지 못했던 그날 밤의 기분이 말이다. 사람의 언어를 알지 못하는 달과 별과 바위와 모래와 나무가 내게 말을 걸어왔던 일이 말이다. 그때 나는 혼자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그것을 완전히 잊어 버릴 수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혼자이든 아니든 아무런 상관도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_203p

"아마 남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고 나 자신에게 묻는 일이 많다.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혼자 이래저래 고민하는 것이 주된 일상인 요즘이라 더더욱 자주 그러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나는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럴 때면 막막해진다. 빨리 뭘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여태껏 살면서, 멋진 순간들은 다 내 의도나 기대와는 무관하게 찾아왔다." _231p

---

비슷한 mbti라면, 공감하며 빠져 읽게 될 것이다.
평소 장기하님의 노래를 듣고 "재밌네, 좋은데?" 관심이 가셨던 분들이라면
주말 쇼파에 늘어져서 느긋하게 읽어 보기 좋은 산문집이다.

나의 평점 :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애초에 다르기 때문이다.

_ "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
앎을 좋아하고, 그 자체를 좋아하고, 그러다 그 너머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잘하려 힘쓰지 않고. 잘하려 애쓰지 말고.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85958943?query=%EC%83%81%EA%B4%80%EC%97%86%EB%8A%94%EA%B1%B0%20%EC%95%84%EB%8B%8C%EA%B0%80&NaPm=ct%3Dmblyytig%7Cci%3D0c1083dad354b2257772f8ac8d066ca58af3fba9%7Ctr%3Dboksl%7Csn%3D95694%7Chk%3D4f875a8721eaabc7fc32a344fa66dd0d82e9b130

상관없는 거 아닌가? : 네이버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