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마흔에 관하여] 독서 후기 정여울 산문 : 비로소 가능한 그 모든 시작들

awelcomerain 2025. 6. 5. 11:20

마흔, 불혹의 책제목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서른을 바라보며, 끝나가는 이십대를 붙잡고 싶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출산을 빼곤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은,
아쉬움이 가득한 삼십대였지만 그래도 그 끝을 잘 마무리하고 싶고,
다가오는 마흔엔 나를 채우며 살아보고 싶은 희망이 생긴다.

불혹(不惑): 미혹되지 않음, 의심하거나 흔들리지 않음.
공자가 40세가 되어 더 이상 사물의 이치나 가치관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게 되었다는 뜻.

불혹...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몰랐던 나이가 막상 다가오니
새삼 그 뜻이 가슴에 콕 박힌다.

"미혹되지 않고 싶다." 
"의심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싶다."
"자아의 중심을 잘 지키고 싶다."

공자처럼 확실한 끝맺음이 아닌
지금의 나의 마음은 희망을 담은 종결어미지만
사십을 마무리 할 즈음엔 달라지지 않을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여울 작가의 산문집이다.

내가 요즘 빠져있는 "융의 심리학"과, "민감한 사람"의 두 키워드가 정확하게 맞닿아 있는 내용이라
'나의 무의식이 이렇게까지 작용한다고?'
책장에서 이 책을 선택한 나의 무의식에 놀랐다.

각 문장의 표현이 섬세하고,
소리내 읽어 문장을 입 속에서 굴려보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하나씩 읽고 싶어졌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독서를 하는 편이라
가끔씩 책을 읽으며, 빨리 완독을 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의 강박이 생길 때가 있다.
빌려온 책의 반납일이 다가 올 때,
읽고 싶은 책이 줄지어 있을 때.
사실 가끔이 아니고 매번이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읽으며 놓친 부분이 있으면 다시 돌아가서 읽고,
가급적 천천히 내 머릿속에 이 표현들을 이 글의 감정을 넣어두고 싶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책을 읽으며 단단해진 작가님의 마음에 대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아는 것을 정리하고 다듬는 글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 깨우쳐가는 삶의 진실을 꾸밈없이 생중계하고 싶다." _22p

"삶은 한 번뿐이지만,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매일매일 있다고. 삶이 한 번뿐이라고 해서 선택조차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오늘의 선택이 틀렸다면, 내일 용기를 내서 그 선택을 바꿀 수 있는 힘 또한 너 자신에게 있다고." _34p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수백 명의 학자들과 교류를 하고 수천 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노력할 수 있는 열정이 남아 있는가를 생각하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 다시 한번, 내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강인해져보자." _99p

"인생이란, 당신이 끔찍이도 중요하다고 믿는 것을 전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 꺼내 보이며 쇼를 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다." _108p

"예술은 고독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친구이기도 하다." _156p

"행복을 전시하는 타인의 이미지를 보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속에서 행복의 디테일을 찾아내는 그들의 차분한 여유를 배우고 싶어졌다. 나는 북유럽 여행을 하면서 내가 살아온 한국 사회가 '탁월함'에 중독된 사회임을 아프게 깨달았다." _159p

마흔, 끝나지 않은 향연 _176p

"그 사람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과 전혀 닮은 점이 없어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나이 듦의 축복이 아닐까." _192p

"자꾸만 잊는다. 욕망의 대체재란 없다는 것을." _217p

"나는 '진심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훈련을 하면서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으며, '정말 부끄럽고 뒤탈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체면을 벗어던지는 일도 잦아졌다. _224p


감성적인 글을 담백하게 읽고 싶으신 분들,
무언가 달라지고 싶고, 새로 용기를 내보고 싶고, 위로가 받고 싶으셨던 분들께 추천한다.
읽어 보시면 마음이 편안해 지실거에요.
눈을 감고 무언가를 그려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평점 : 🖤🖤🖤🖤🖤

 

"돌이켜보니 젊음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마흔은 내가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 나이다."

_저도 되돌아 가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보호자의 역할을 잘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 누구보다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하기 위해서요.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82707508?query=%EB%A7%88%ED%9D%94%EC%97%90%20%EA%B4%80%ED%95%98%EC%97%AC&NaPm=ct%3Dmbir0df4%7Cci%3D1994ae2967b31a1d0ac925b05feccb658721999d%7Ctr%3Dboksl%7Csn%3D95694%7Chk%3Db5fa504dc3764d8e7972dfee18d18f49b9d5934b

 

마흔에 관하여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