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공부/칼 구스타프 융

무의식을 자각하지 못하는 삶의 특징 :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과 극복 방법

awelcomerain 2025. 6. 30. 21:35

“나는 괜찮아. 그냥 일이 많아서 피곤할 뿐이야.”
“왜 내가 자꾸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상처받을까?”
“감정이 흔들리긴 하지만, 별일 아니겠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우리 마음속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
융 심리학은 이 무의식을 “마치 숨겨진 심리 창고” 같다고 말한다.
거기에 우리가 억눌렀던 감정, 상처, 두려움, 충동들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문제는, 어떤 사람들은 이 무의식이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자기 안에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까?

이 글을 읽고 나면, “나는 과연 무의식을 알고 있는가?”
자신에게 묻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무의식은 모두에게 있다


“무의식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모르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융은 무의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 잊고 지낸 기억
  • 억눌러온 감정
  •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직감
  • 꿈에서 튀어나오는 낯선 이미지

이 모든 것이 무의식의 일부다.

 

 

무의식은 나와 상관없는 게 아니다


“나는 무의식 같은 거 없어. 나는 이성적으로 사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 분명히 화내고 있으면서 “나 안 화났어.”
  • 늘 비슷한 스타일의 연인과 만나면서 “어쩌다 또 이런 사람을 만났지?”
  • 자꾸 같은 상황에서 실수를 반복하면서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지?”

이런 현상은 무의식이 삶을 몰래 조종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무의식은 왜 의식을 피해서 숨는가?


1. 자기보존 본능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괴로운 것을 무의식에 밀어 넣는다.
융은 이를 “의식의 자기보존적 본능”이라 불렀다.

  • 어릴 때 부모에게 “너 때문에 힘들어!”라는 말을 자주 들은 K씨.
     자기가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두려움을 무의식에 밀어 넣었다.
    성인이 되어도 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며 자기표현을 두려워한다.

 

2. 무의식은 의식보다 훨씬 강력하다

무의식에는 강력한 정서 에너지(libido)가 담겨 있다.
그래서 한 번 떠오르면 의식이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은 혼란이 두렵기 때문에 차라리 무의식을 “없는 것”으로 여기고 살아간다.

  • L씨는 늘 “나는 화 안 내는 사람”이라 말한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분노가 폭발한다.
     무의식의 에너지가 억눌려 있다가 술로 방어막이 풀리며 터져나온 것이다.

 

 

무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의식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회피할수록, 그것은 더 왜곡된 방식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 관계가 반복해서 깨지는 패턴
  • 충동적인 결정
  • 신체 증상(불면, 공황, 두통, 질병 등)
  • 또는 어떤 예술, 말실수, 농담, 꿈의 형태로 무의식은 드러난다.

 

무의식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


무의식이 누구에게나 있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왜 그럴까?

1. 방어기제가 너무 강하다

사람은 괴로운 감정이나 생각을 피하고 싶을 때,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를 쓴다.
심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억압, 부정, 투사 등)가 강하면
무의식의 작용을 감지하더라도 인정하지 못함.

  • 억압 아예 기억 속에서 지워버림
  • 부정 “그런 일 없었어.”
  • 투사 “문제는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이야.”
  • 회사에서 상사에게 무시당하고 크게 상처받은 G씨.
    하지만 “난 아무렇지 않아.” 하며 웃는다.
    실제로는 무의식에서 분노와 열등감이 끓고 있다.
  • 반복적으로 관계가 깨지는데도,
    “다 상대방이 문제야”라고만 여김 그림자를 투사한 것

2. 페르소나에 지나치게 동일시한다

융은 페르소나(persona)를 “사회가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 쓴 가면”이라고 했다.

  • 좋은 부모
  • 착한 딸/아들
  • 모범적인 직원

페르소나가 너무 강하면, 자기 진짜 감정은 “나쁜 것”으로 치부되어 무의식에 밀려난다.

  • “괜찮다”, “고맙다”만 말하던 H씨.
    갑자기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진짜 감정은 “나는 지쳤다.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 부모로서, 직장인으로서, 종교인으로서의 역할을 너무 철저히 수행한 나머지
    자신의 진짜 감정이나 욕망은 '해로운 것'으로 간주하고 묻어둠.
  • 평생 모범생으로 살아온 사람이 중년이 되어 우울감에 시달리는데도
    “난 이런 기분을 느끼면 안 돼”라고 생각하며 참고만 있는 경우

무의식은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지만, ‘나답지 않은 감정’이라고 밀어냄.

3.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가 부족하다

어릴 때부터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사람들,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뭘 느끼는지 모른다.
(무의식이 떠오르더라도 그게 뭔지 모른다.)

  • I씨는 몸이 자주 아프다.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없다.
    사실은 억눌린 슬픔이나 분노가 신체화되어 나타난 것일 수 있다.
  • 몸이 아프거나 짜증이 나는데, 감정이 뭔지도 몰라서
    “그냥 기운이 없어”, “요즘 날씨 때문인가봐” 등으로만 해석

무의식의 감정 신호를 '몸'이나 '환경' 탓으로 오해함.

4. 의식과 자아에 과도하게 동일시한 사람

이런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내가 전부"라고 여긴다.
감정의 동요, 꿈, 충동을 비합리적이거나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고 억제한다.

  • “나는 멀쩡해. 문제가 있는 건 다른 사람들이지.”
  • “이런 기분은 그냥 피곤해서 그래.”
  • “꿈? 헛소리지.”

이들은 무의식에서 보내는 신호를 '나와 무관한 것'으로 취급한다.

 

 

무의식을 자각하지 못하면 생기는 심리적 비용


무의식을 모르는 사람도 결국 그 영향권 안에 있다.
다만 무의식이 왜곡된 방식으로 튀어나올 뿐이다.

1. 무의식은 몸으로 말한다

억눌린 감정은 신체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신체화(somatization)라고 한다.

  • 늘 “스트레스 없어”라는 M씨.
    그러나 위염 / 목소리 떨림 / 공황발작 등으로 병원을 전전한다.

2. 반복되는 관계 패턴

무의식을 모르면 같은 상황을 끝없이 반복한다.

  • 늘 비슷한 폭력적인 연인을 만나고 상처받는 N씨
    어디를 가도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O씨

이건 우연이 아니다. 무의식이 과거의 상처를 “반복해서 재현”하기 때문이다.
융은 이것을 콤플렉스의 자율성이라 불렀다.

3. ‘나는 왜 사는가’라는 허무감

무의식과 단절된 삶은 기계적 / 무미건조 / 삶의 방향을 잃음 으로 귀결된다.

융은 “무의식과 연결되지 않은 삶은 생기가 없다”고 말했다.
왜냐면 무의식은 단순히 억눌린 고통이 아니라,
삶의 창조적 에너지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과 단절된 삶의 특징


무의식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1. 감정 표현이 서툴다

  •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몰라.”라고 답함.
  • 웃고 있지만 눈동자는 공허하다.

2. 늘 논리적으로만 설명하려 한다

  • 감정 대신 사실만 말한다.
  • “이성적이면 되지, 감정은 약한 사람이나 느끼는 거야.”

3. 늘 타인을 탓하거나 완전히 자신을 탓한다

  • “다 저 사람이 문제야.” 투사
  • 혹은 “다 내 탓이야.” 과도한 자책

4. 몸이 먼저 반응한다

  •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소화불량
  •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공황발작
  • J씨는 늘 “나는 스트레스 없어요.”라며 웃지만, 병원에서는 위장약을 달고 산다.
    감정을 억누르면, 몸이 대신 신호를 보낸다.

 

 

무의식을 자각하지 못할 때의 삶의 결과


융은 이렇게 무의식을 느끼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억누르는 사람들은 결국 삶이 메말라간다고 보았다.

1. 똑같은 패턴이 계속된다

  • 늘 같은 사람과 관계가 깨진다.
  • 회사만 바뀌어도 상사와 갈등 양상은 비슷하다.

2. 정체성의 혼란

  •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 “나는 왜 사는 걸까?”

3. 무기력과 우울

  • 에너지가 없다.
  •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4. 창조성이 막힌다

  • 새로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
  • 반복적이고 안전한 선택만 한다.

 

 

무의식을 자각하는 법


무의식을 자각하려면 대단한 심리학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
먼저 자신의 감정과 몸의 신호를 귀 기울여 들어보자.

1. 감정 일기 쓰기

  • “오늘 가장 강했던 감정은?”
  • “그 감정은 누구와 연결되어 있었나?”

2. 반복되는 패턴 적어보기

  • 늘 싸우는 말버릇
  • 반복되는 관계 유형

3. 꿈 적어보기

융은 꿈을 무의식의 왕도라 불렀다.
낯선 이미지나 등장인물을 적어두고 “이게 나의 어떤 면을 말하는 걸까?” 되물어 보자.

4. 내면 대화 (적극적 상상)

  • 나에게 자주 비난하는 목소리와 대화해본다.
  • 꿈에 등장한 인물과 상상으로 대화해본다.

5. 예술적 표현

  • 그림, 글쓰기, 노래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형상화한다.
  • “나는 오늘 무엇 때문에 기분이 좋았나?”
  • “오늘 가장 불편했던 순간은?”
  • “내 안에 숨겨진 감정은 뭘까?”

 

 

무의식을 자각하기 위한 더 심화된 방법


앞서 소개한 감정일기, 꿈 기록 등은 훌륭한 출발이다.
하지만 더 깊이 무의식을 탐색하려면 조금 더 용기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

1. 자기 내면의 “목소리”들을 구분해보자

우리는 한 명의 목소리로만 살지 않는다.

  •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
  • 나를 겁주는 목소리
  • 내 안에서 상처받은 아이의 목소리

이것을 글로 적어보고 대화해보라. 융은 이를 적극적 상상(active imagination)이라 불렀다.

2. 꿈을 상징으로 해석해보자

꿈은 무의식의 언어다. 등장인물, 색, 공간은 모두 상징이다.

  • 감정
  • 계단 의식과 무의식의 연결
  • 낯선 남자 여성의 아니무스
  • 낯선 여자 남성의 아니마

“왜 이 이미지가 나왔을까?”라는 질문이 무의식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한다.

3. 창조 활동에 자신을 던져라

무의식을 다루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예술적 활동이다.

  • 만다라 그리기
  • 콜라주 만들기
  • 즉흥 글쓰기

창조적 작업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을 직접 표현하게 해준다.

 

 

영화·문학 속 무의식 단절 캐릭터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와 문학 속 무의식 단절 캐릭터를 살펴보자.

영화 <인사이드 아웃>

주인공 라일리는 슬픔을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감정이라 여긴다.
억눌러 숨기려고 하자 라일리는 점점 무기력해진다.
 무의식을 부정하면 감정이 전반적으로 마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조커>

주인공 아서 플렉은 사회의 규범에 맞추려 애쓰지만,
끝없이 무시당하고 억눌리며 결국 무의식의 폭발이 폭력으로 이어진다.
 무의식을 억누를수록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터져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카프카의 <변신>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 날 벌레로 변한다.
가족의 기대와 책임에 짓눌려 살아온 삶이 무의식에서 극단적으로 형상화된 이야기다.
 무의식을 억눌러온 대가가 자기 존재의 붕괴로 나타난다.


무의식은 괴물도 아니고,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적도 아니다.

무의식을 적으로 보지 말고, 내 안에 숨은 또 하나의 나라고 생각해보자.
그것과 대화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반복된 상처에 휘둘리지 않는다.
무의식은 나를 더 큰 나로 성장시키려는 내면의 친구다.

혹시 지금도 “나는 괜찮아”라고만 말하고 있진 않은가?
그 말 뒤에 숨은 무의식의 목소리를,
이제는 한 번쯤 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의 삶을 지배하고
당신은 그것을 운명이라 부를 것이다.”

“무의식은 우리 삶의 어두운 뒷골목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직 의식하지 못한 생명력이다.”

“무의식을 억누르는 삶은, 언젠가 갑작스러운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_C.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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