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를 바꿀 수 있을까? : 융 심리학으로 본 나의 가면 이야기
우리 모두는 사회 속에서 가면을 쓴다.
친구들 앞에서, 직장에서, 가족과 함께 있을 때조차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이 가면은 때로 우리를 지켜주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게 해주는 필요한 무기가 되지만,
가면이 너무 두꺼워지면
우리는 진짜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게 된다.
오늘은 내가 쓰고 있는 가면(페르소나)을 알아보는 방법과,
필요하다면 그 가면을 어떻게 다시 만들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목차
1. 페르소나(persona)란 무엇인가?
2. 내 페르소나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3.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반대편에 있는 걸까?
4. 내 페르소나, 다시 만들 수 있을까?
5. 페르소나를 재구성 하게 되는 계기
6. 페르소나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
1. 페르소나(persona)란 무엇인가?
페르소나(persona) 란 원래 라틴어로 “가면” 을 뜻한다.
배우가 무대에서 쓰는 가면처럼, 우리도 사회에서 역할에 맞춰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 직장에서는 일 잘하고 믿음직한 사람
- 친구들 앞에서는 유쾌하고 센스 있는 사람
- SNS 속에서는 늘 행복하고 멋진 사람
이 모습들 모두 페르소나다.
문제는 우리가 그 가면을 “이게 진짜 나야” 라고 믿기 시작할 때 생긴다.
2. 내 페르소나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1)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얼굴을 쓰고 있나?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내가 쓰는 가면을 찾으려면 먼저 상황별로 나의 모습을 관찰해보는 것이 좋다.
-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
1)친구들과 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 늘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
- 분위기를 맞추느라 웃어주는 사람?
2) 가족 앞에서 나는 어떤가?
- 든든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
3) 직장에서의 나는 어떤가?
- 완벽하게 일처리하는 사람?
- 눈치 보고 조심스러운 사람?
4) SNS 속 나는 누구인가?
- 멋지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
- 늘 활기찬 사람?
이 질문에 답을 써보면 내가 어떤 가면을 쓰고 사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 A씨는 친구들 앞에서는 늘 웃고 밝은 이야기만 한다.
➡ 하지만 집에 오면 탈진해 누워버린다. - B씨는 SNS에 여행 사진, 멋진 일상만 올린다.
➡ 사실 속으로는 늘 외롭고 우울하다.
이런 모습이 페르소나와 진짜 나의 간극이다.
(2) “나는 언제 가장 지칠까?” 살펴보기
가면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내가 쓰는 페르소나일수록, 오래 유지하면 할수록 지치고 피곤해진다.
- 스스로 점검해볼 질문
-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나면 유독 피곤한가?
- 어떤 자리에 있으면 숨이 막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는가?
- 하루가 끝나면 에너지가 하나도 남지 않는 이유가 뭘까?
➡ “나는 이 가면을 유지하려고 너무 힘을 쓰고 있구나.”
- C씨는 직장에서 늘 “완벽해야 한다”고 믿는다.
➡ 매일 밤 잠들기 전, 작은 실수도 떠올리며 자책한다. - D씨는 친구들에게 늘 “상냥하고 착한 사람”처럼 군다.
➡ 하지만 집에 오면 친구 연락조차 받기 싫어진다.
(3)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나만 모르고 있는 나의 가면이 있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내 가면을 더 잘 알고 있다.
- 어떻게 물어볼까?
-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여?”
- “내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어색해 보여?”
- “내가 억지로 노력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
➡ 의외로 새로운 나의 페르소나를 발견할 수 있다.
- E씨는 “나는 유쾌하고 자유로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 하지만 친구들은 “E씨는 늘 다른 사람 눈치를 본다”고 말한다. - F씨는 “나는 털털하다”고 말한다.
➡ 하지만 가족은 “사실 예민하고 깔끔 떠는 구석이 많다”고 말한다.
3.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반대편에 있는 걸까?
어떻게 보면 맞고, 또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이다.
페르소나는 분명 의식 쪽에 속한다.
왜냐면 우리가 사회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며 보여주는 가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면 뒤엔 늘 무의식이 숨겨져 있다.
(1) 페르소나는 의식의 얼굴
- “나는 착해야 해.”
- “나는 완벽해야 해.”
- “나는 늘 밝아야 해.”
(2) 하지만 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을까?
그 이유는 무의식 깊숙이 숨겨진 두려움이나 욕구 때문이다.
- “착하지 않으면 미움받을까 봐”
- “실수하면 인정받지 못할까 봐”
- “약해 보이면 버림받을까 봐”
(3) 결국 페르소나는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 페르소나는 의식적인 가면이 맞지만
- 그 가면을 유지하려고 숨기는 내 모습은 전부 무의식으로 들어간다.
- A씨는 늘 밝고 명랑하다.
➡ 하지만 집에서는 무기력하고 슬프다.
➡ 밝은 페르소나는 의식, 숨긴 외로움은 무의식에 있다. - B씨는 늘 완벽하려 애쓴다.
➡ 무의식 속에는 “실수하면 버림받는다”는 두려움이 있다.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반대편에 있지만, 동시에 무의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즉, 의식과 무의식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존재가 바로 페르소나다.
4. 내 페르소나, 다시 만들 수 있을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기 성찰과 개성화의 길이다.
(1) 내가 원하는 나를 정의하기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 늘 밝은 척 말고, 때론 솔직한 사람?
- 완벽 대신 “나도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 힘들면 “도움이 필요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2) 작게 시도해보기
모든 가면을 단번에 벗으려 하면 혼란스럽고, 관계가 어긋날 수 있다.
➡ 작은 시도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 늘 “괜찮아” 하던 자리에서 솔직히 “오늘은 좀 힘들어”라고 말해보기
- 완벽하려는 회의 자리에서 작은 실수를 그냥 인정해보기
- SNS에 완벽한 사진 대신 소소하고 편안한 사진 올려보기
- 늘 밝은 척했던 G씨
“요즘 좀 힘들어. 웃는 게 가끔 버거워.” 라고 친구에게 말해봤다.
➡ 친구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며 위로해줌 - 완벽주의자 H씨
“실수해도 괜찮다”며 동료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 동료들도 “우리 다 그런 실수 한다”며 격려
(3) “이게 정말 나다운가?” 늘 물어보기
새로운 모습을 시도할 때도 늘 점검해야 한다.
-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게 진짜 나다운가?
아니면 또 다른 가면을 쓰려는 건가?”
5. 페르소나를 재구성 하게 되는 계기
우리는 보통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 가면이 곧 “이게 나야” 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어떤 순간이 오면 사람들은 문득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누구지…?”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그때가 바로 페르소나를 재구성해야 할 신호이다.
(1) 극심한 피로감, 번아웃
늘 밝고 완벽해야 한다고 애쓰던 사람이 어느 순간 에너지가 바닥나 버린다.
- 출근길에 눈물이 난다.
- 사람 만나는 게 너무 버겁다.
- 아무 일도 하기 싫다.
➡ 가면을 유지하려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온 것이다.
- A씨는 늘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통했다.
하지만 어느 날 출근길에 “더는 웃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때가 가면을 재구성할 계기.
(2)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가면으로 관계를 맺다 보면 진짜 속마음과 거리가 먼 관계가 된다.
- “나는 늘 착한 사람이야.” ➡ 사실은 분노와 서운함이 쌓여 있음
- “나는 다 이해해줄 수 있어.” ➡ 하지만 속으로는 힘들고 억울함
결국 이런 가면은 폭발하거나 사람들과 멀어지는 결과를 만든다.
- B씨는 친구 부탁을 다 들어주던 사람.
➡ 어느 날 “왜 나만 이렇게 해야 해?” 하고 폭발했다.
➡ 친구 관계가 멀어지며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게 됨.
(3) 큰 인생 사건
- 이직, 해고, 퇴사
- 이혼, 연애 이별
- 부모님과의 갈등
- 건강 문제
이런 인생의 전환점이 오면 사람들은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그동안 살아온 모습이 정말 나였을까?”
- C씨는 결혼 후 늘 헌신적인 배우자 역할만 하며 살았다.
➡ 이혼 후,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 사람이지?” 하고 혼란스러워졌다.
(4) 우울, 공허감, 무기력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들은 종종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을 호소한다.
-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공허하지?”
- “나는 왜 늘 웃고 있는데도 외롭지?”
-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 D씨는 멋진 커리어와 외모로 주목받았다.
➡ 그런데 집에만 오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 “나는 진짜 누굴 위해 이렇게 사는 걸까?” 하고 재구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5)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시작하면서
심리 상담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가면을 자각하게 만든다.
- “내가 늘 밝은 척만 하면서 살아왔구나.”
- “내가 완벽해야 한다고 스스로 압박했구나.”
➡ 상담을 계기로 페르소나를 재구성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 E씨는 우울증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 상담 중 “나는 늘 남들 눈치를 보며 좋은 사람인 척했구나”를 깨달았다.
➡ 이후 조금씩 솔직해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결국 재구성의 계기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내가 더 진짜 나답게 살고 싶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6. 페르소나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
“가면 쓰고 살지 마. 있는 그대로 살아야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1) 페르소나는 왜 필요한가?
- 직장에서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 친구 앞에서 유쾌하게 분위기를 맞추는 것도
- 가족 앞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두 페르소나의 역할이다.
페르소나가 없다면 우리는 사회에서 제대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문제는 그 가면이 너무 두꺼워져 “이게 진짜 나인가?” 라는 혼란을 일으킬 때다.
(2) 페르소나는 없애야 할 것이 아니다
페르소나는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그리고 반드시 없어야 할 것도 아니다.
가면은 우리를 보호해주고 세상과 어울리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다.
(3) 건강한 페르소나란?
➡ 필요할 땐 쓰고, 벗을 땐 벗을 수 있는 가면, 이것이 건강한 페르소나다.
(4) 건강하게 페르소나를 유지하는 3가지 방법
1) 가면을 쓸 땐 ‘의식적으로’ 쓰자
문제는 우리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 생긴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지금 이 자리에 맞춰 이 가면을 쓰고 있어.”
- 직장 회의에서 평소보다 단호하게 말하는 나
➡ “지금은 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페르소나야.” - 친구들 앞에서 늘 유쾌한 모습의 나
➡ “오늘은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서 이 가면을 쓰고 있어.”
이렇게 스스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가면에 갇히지 않게 된다.
2) 벗을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마련하자
가면을 계속 쓰고 있으면 언젠가 번아웃이 온다.
그래서 가면을 벗고 진짜 나로 쉴 수 있는 공간이나 관계가 필요하다.
- 사람
- “이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도 괜찮아.”
- 가족, 친구, 연인, 혹은 상담사
- 공간
- 내 방, 카페 한 구석, 조용한 산책길
- 활동
- 혼자 여행 가기
- 음악 듣기
- 미술, 글쓰기
“내가 진짜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이 어디일까?” 스스로 찾아보자.
(5) 진짜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
가면을 쓰고 사는 게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진짜 나와의 연결이 끊길 때다.
가끔은 내 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물어보자.
- “나는 지금 왜 이런 가면을 쓰고 있지?”
-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모습일까?”
- “나의 숨겨진 감정은 뭘까?”
(6) 구체적인 방법
1) 일기 쓰기
- 오늘 하루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 기록하기
2) 감정 기록하기
- “지금 어떤 감정이 올라오고 있는지” 적어보기
3) 상담이나 명상
- 전문가와 이야기하거나, 잠시 눈을 감고 내 마음을 살펴보기
- H씨는 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다.
➡ 매일 밤 일기에서 “오늘 너무 힘들었다”라고 솔직히 적기 시작했다.
➡ 점점 가면에 덜 얽매이게 됐다. - I씨는 회의에서 실수할까 봐 늘 두려웠다.
➡ 혼자 산책하며 “나는 왜 이렇게 긴장하지?”라고 자문했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깨달음이 생겼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문득 “이게 정말 나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된다.
그건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이 내 안에서 너무 무거워졌다는 작은 신호일 뿐이다.
가면은 우리를 지켜주고 세상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도구이지만,
그게 나의 전부는 아니다.
가끔은 그 가면을 벗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지금의 나는 나다운가?”
조금씩 나를 돌아보며 필요할 땐 가면을 쓰고, 벗어야 할 땐 용기 내어 벗어보자.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더 가볍고 자유롭게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페르소나는 한편으로 타인에게 특정한 인상을 주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진짜 본질을 숨기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가면이다.”
“나는 내가 겪은 일로 규정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선택한 모습이 된다.”
“밖을 바라보는 사람은 꿈을 꾸고, 안을 바라보는 사람은 깨어난다.”
“평생에 걸친 특권은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이다.”
— C.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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